이너시그널 Ⓒ최용준

2017년 김준호, 황지연 소장이 설립한 플라이밍고는 국내외 코스메틱, 패션, 리테 일숍 등 상업 공간 중심의 설계 및 시공, 브랜딩 작업까지 진행하는 인테리어 디 자인 스튜디오다.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플라이밍고는 브랜드와 소비 자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이해와 소통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라이밍고만의 공간을 풀어나 가는 방식과 생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AHC SPA Ⓒ최용준

AHC SPA Ⓒ최용준 AHC SPA Ⓒ최용준

Q. 플라이밍고와 김준호 소장의 소개를 부탁한다.

황지연 소장과 함께 플라이밍고를 운영하고 있는 김준호 소장이다. 이전 직장인 비트 윈스페이스 등 다양한 회사를 거쳐 지금의 플라이밍고를 운영하게 됐다. 회사를 설립 하기 전 패션이나 코스메틱 등 상업 공간 작업을 많이 진행했었고, 이를 바탕으로 나 만의 색을 드러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황지연 소장과 함께 회사를 차리게 됐다.

사명을 처음 지었을 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하면 서 '날다'라는 뜻의 FLY와 '의미'를 뜻하는 Meaning을 결합해 '의미 혹은 이름을 날린 다'라고 정의하게 됐다.

미덤 Ⓒ최용준

미덤 Ⓒ최용준

Q.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모든 프로젝트 하나하나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특히 AHC SPA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의 플라이밍고는 5평, 9평 등 작은 스토어 디자인을 주로 했었는데, 100평이 넘는 AHC SPA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를 많이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 킨케어 브랜드의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전해주자는 뜻에서 '반차내고 스파받 자'라는 슬로건에 포커스를 맞추고 진행했다. 또한 공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의 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적 오브제들을 배치했다. 사용자들 이 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보다 더 가치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우리도 즐거웠던 프로젝트였다.

이너시그널 Ⓒ최용준

이너시그널 Ⓒ최용준

Q. INNERSIGNAL LOUNGE 프로젝트가 어워드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너시그널 프로젝트는 사람이 마주할 수 있는 장면, 장면에 초점을 두고 마치 에세이처럼 시퀀스를 중시했던 프로젝트다. 우리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공간들은 모두 이야기처럼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경험하는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야기 처럼 만들고자 했으며, 그 속에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특성과 성향, 말하고자 하는 바가 녹아들 수 있도록 디자 인했다. 이런 과정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킨딥 Ⓒ최용준

Q. 뷰티, 패션 등 리테일 공간 프로젝트가 돋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플라이밍고 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다양한 자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브랜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만큼 각 브랜드가 행하는 가치있는 방식들을 존중한다. 브랜드의 성격, 색, 방식, 포지션 등을 고려했을 때 나아가야할 방향과 감도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방식이 있다기보다 브랜드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로몬 Ⓒ최용준

살로몬 Ⓒ최용준

살로몬 Ⓒ최용준

스킨딥 Ⓒ최용준

스킨딥 Ⓒ최용준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여행이나 독서 등 영감을 얻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우리는 리서치에 더욱 집중하는 편 이다. 우리만의 마인드맵을 통해서 분석하고 조사하면서 객관화된 자료를 통해 영감을 얻 곤 한다. 기존 이미지 기반의 리서치는 주관적인 디자이너의 성향을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 할 수 있지만, 플라이밍고만의 리서치 방식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나 CHAT GPT와 같은 최신 기술도 활용하고자 한다. 자료를 수집한 후 브랜드와 맞는지, 사실 확인 등의 작업을 거치면서 점점 디벨롭 시킨다. 과거와 현재는 정보의 양과 속도 면에서 굉장 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주관적인 느낌이 더 예술적인 가치를 만들어 냈다 면, 지금은 빅데이터나 AI 등을 활용했을 때 대중에게 더욱 사랑받는 상업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다 객관화된 자료에 집중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고자 한다.

Q.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상업 공간은 결국 이익을 위한 공간이다. '장사'라는 단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우리가 나중에 주거 공간과 같은 비상업적 공간을 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상업 공간은 이 익 창출이 우선시 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이라 고 생각한다. 공간이 멋과 깊이감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만 보여주는 것이 아 니라 이익 창출을 위한 목표를 갖고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 때문에 상업 공간에서는 다채 로운 콘텐츠와 시각적 정보, 다양한 맛 등 소비자가 체류하는 동안 느끼는 필수적인 요소 들에는 결국 '즐거움'이라는 키워드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소비자들에게 즐거 움으로 다가왔을 때 '장사'가 잘 되는 공간, 성공적인 공간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WAAC Ⓒ최용준

WAAC Ⓒ최용준

WAAC Ⓒ최용준

WAAC Ⓒ최용준

Q. 후배 건축가,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면접을 보러 오는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회사의 일원이 되든 아 니면 다른 곳에 가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건지, 단순히 디자 이너라는 타이틀이 좋은 건지, 아니면 창작이라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 등 본인의 내면에 있는 것과 미래상이 맞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Q. 플라이밍고와 김준호 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플라이밍고는 K-CULTURE, K-POP, K-FASHION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 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과거 일본, 미국 등에서는 많은 건축가들이 국제적인 어 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지만, 한국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다. 한국의 문화 가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지금, 플라이밍고도 한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세계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빠르고 다이내믹하 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들을 공간에 담아서 세계에 알리고 싶다.